본문 바로가기
잡담

KT의 3G 전환 통보, 고객이 발로 뛰어라?

by 화분 2011. 4. 30.
어머님이 사용하시는 2G 폰에 대한 3G 기기변경 통보 메일이 날라왔다.
관리 비용 절감에 대한 필요성은 이해하겠지만, 자사의 이익을 위하여 서비스를 파기하는 입장에서 제시하는 조건이나 사용자들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고객을 생각하는 기업인지 의문이 든다.

1. 3G는 모든 사용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이석채 회장은 "기존 2G 고객이 3G로 바꾸면 번호를 그대로 쓰면서 훨씬 더 좋은 네트워크와 단말기를 쓸 수 있다. 예전에는 3G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기존 번호를 바꿔야했지만 이제는 번호를 바꿀 필요도 없고 훨씬 좋은 단말기로 더 좋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다. 3G 네트워크로 영상전화도 할 수 있고 더 좋은 음성 품질로 통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 무선 인터넷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2G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우리 어머님과 같이 나이가 많으셔서 스마트폰 사용을 어려워하시고 전화통화와 약간의 문자만 사용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한다. 무선 데이터 통신과 인터넷, 영상통화 등의 기능을 전혀 사용할 일이 없고 지금의 휴대폰으로 문제 없이 사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3G가 더 좋은 네트워크가 될 수 없다. 오히려 2G는 강남역에서 끊기는 일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2. 전환 고객을 위한 혜택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환 고객을 위한 특별 혜택도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1)위약금 면제와 2)할부금 면제. 2G폰을 구입한지 약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대부분 2년 미만) 사용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인데 KT는 이미 작년부터 2G 신규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으며 그 이전부터 주력 모델들이 3G였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훨씬 많은 사용자들이 위의 혜택과는 무관하다.
3) 핸드폰 가격 할인. 기기변경 사용자들에게 공짜로 폰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공짜가 아니다. 스마트폰의 경우 3만5천원 요금제 가입 및 24개월 약정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피쳐폰의 경우에는 쓸만한 모델들은 24개월, 가장 저렴한 모델도 12개월의 약정 기간이 적용된다.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4) 유심 무료 교체와 5) 가입비 면제: 이걸 혜택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
(기사에는 월6천원의 통신료 할인을 해준다고 했는데 통지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으며 타사로 이동할 경우에 가입비 면제를 해준다고 했는데 그런 내용도 없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약정 기간이 남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지금 휴대폰을 잃어버릴 경우에도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3G로 기기를 변경할 경우 저렴한 피쳐폰을 사용하더라도 최소 12개월의 약정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원하지 않는 기기변경 후 일년 이내에 휴대폰을 분실했을 경우에는 기기 변경하지 않았을 때에는 문제 없었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공짜가 아니다.
결국 전환 고객에 대한 혜택은 없고 사용자가 금전적으로도 더 손해를 보는 조건이다.

3. 금전적인 비용이 전부는 아니다
사용자들이 기기를 변경하게 되면 새로운 기기에 대한 학습 시간이 걸린다. 특히 대부분의 사용자들인 노년층의 경우에는 메뉴를 익히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사용법을 새로 배우는 것이 매우 힘들다. 문자 입력 방식이 변경될 경우에는 그 학습 비용이 훨씬 커진다.
개인 데이터 이전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전화번호부는 물론이고 문자메시지, 메모, 사진 등의 개인 데이터를 옮기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는 일이다. 기기에따라 개인 데이터가 완전하게 옮겨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을 들여 대리점 찾아가서 기기 변경하는 것도 사용자에게는 비용이다. 나같은 경우는 어머님께 찾아가서 폰을 바꿔드려야 하니 그 시간과 교통비, 노력이 더 드는데 이것은 비용이 아닌가?

새로운 휴대폰을 쓸 수 있으니까 이런건 감수해야 한다고? 우리 어머님이 사용하시는 모델은 실버 전용 모델이다. 기기 변경 가능한 모델 중에 지금 사용하시는 모델만큼 단순하고 글씨 잘 보이는 모델은 없다.
어차피 2년정도 사용했으면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 어머님은 휴대폰 주머니까지 만드셔서 애지중지하면서 사용하신다. 휴대폰 커버를 씌운것도 아닌데 아직도 새것처럼 깨끗하다. 고장만 안 난다면 5년도 더 쓰실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진정 생각한다면 금전적 비용 이외에 고객들이 겪어야 하는 비용들도 생각해야 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새로운 폰을 준다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KT는 고객을 위하여 무엇을 해 주었길래 더 좋은 것을 느끼지도 못하는 고객들이 한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해야 하는가? 결국 고객들이 KT를 위하여 발로 뛰어야 한다는 말 아닌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리한 보상이나 새로운 휴대폰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환경과 조건 그대로만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고객을 성의있게 생각해달라는 것이다. 지금 보여주는 KT의 모습은 고객만족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