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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by 화분 2012. 12. 30.

이번 강의에서 가장 재미있던 것은 수강생들이 기능의 목록은 쉽게 이야기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이야기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제를 주고 Task를 분석하라는 실습에 모두들 기능의 목록을 잘 뽑아내고 그룹핑을 잘 해냈다. 그 상태에서 제공자의 입장에서의 기능 목록말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언어'를 바꿔 다시 작성해 보라고 했는데 모두들 갑자기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길을 잃은듯한 사람의 반응을 보였다. 지하철역에서 '표 파는곳'을 '표 사는곳'으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 상황일 것 같다. 


수강생들이 더욱 어려워했던 것은 우리가 정했던 한 명의 페르소나(김미정씨)가 그 기능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스토리로 적어보라고 했을 때였다. 미정씨가 처음 방문하는 지하철역에 들어가서 표를 구입하는 과정을 머리속으로 그리면서 이야기해달라고 했는데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었다. 본인이 오늘 아침에 무엇을 했는지를 이야기하라고 하면 쉽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다른 특정한 누군가(페르소나 김미정씨)가 한다고 생각하고 3인칭으로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니까 어려워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거나, 학교에서 오래전에 배웠던 3인칭 시점이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남을 잘 배려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실제 남을 위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진짜 그 사람이 되어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그 사람을 단지 생각을 해 보는 수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적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이야기조차도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다른 사람이 입장이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평소에 많은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