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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TV 시청 경험의 변화?

by 화분 2013. 1. 9.

TV 디자인 제안서를 검토하면서 TV의 시청 경험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변화를 하기는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최근 3-4년 동안 정보기기가 급격하게 변화해왔다.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변화 및 전자북 등 새로운 기기의 등장, 에코 시스템, 오픈 플랫폼과 SNS의 등장. 새로운 패러다임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TV 시장도 변화를 시도해왔다. IPTV, VOD 서비스, 3D TV, 그리고 스마트TV의 등장. 새로운 TV 시장이 폭발하고 전혀 새로운 TV를 시청하는 경험이 생길 것 같아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마케팅의 힘으로 IPTV의 보급율과 스마트TV의 판매량은 늘었을지 모르겠지만, 사용자의 TV 시청 경험은 그대로이다. 


채널 재핑 위주의 TV 시청 경험 이외에 새로운 채널 시청 경험이 등장했는가?
VOD 시청율은 점점 늘어나지만 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받아 시청하는 사용자들을 많이 끌어들였는가?
스마트TV와 IPTV에서 제공하는 TV앱을 얼마나 사용하는가? 
스마트TV에서 주로 시청하는 화면은 스마트TV에서 제공하는 첨단(?) 화면인가, 별도로 가입한 TV 서비스의 채널 화면인가?
사람들이 거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리모컨은 스마트TV의 값비싼 최첨단 리모컨인가, 4천원짜리 번들 리모컨인가? 


위와 같은 거창한 이슈를 떠나서 세부적인 UI 요소를 생각해보자.

채널 시청 중 VOD 탐색을 위하여 메뉴를 화면에 띄웠다. 이 상태에서 리모컨의 숫자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떻게 동작할 것인가? 입력한 채널 번호로 바로 이동하게 할 것인가, 숫자(문자) 버튼을 활용하여 메뉴(VOD 탐색)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제공할 것인가? 입력한 채널 번호로 이동하기 전에 확인 단계를 거칠 것인가?


지금까지는 채널 시청을 우선 순위에 두어 UI를 설계하였다. VOD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수십년간 유지된 채널 시청 중심의 사용 경험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메뉴 화면에서 숫자 버튼을 누르면 해당 채널로 바로 이동하고, 채널 up/down 버튼을 누르면 메뉴가 사라지고 바로 채널을 이동한다.


메뉴를 화면에 띄웠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메뉴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이고 (그것의 대부분은 VOD를 위한 것) 이 상태는 사용자가 메뉴에 집중을 하는 상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리모컨의 모든 버튼을 메뉴를 잘 활용하는데 집중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예를 들면 메뉴 화면에서 숫자 버튼을 메뉴를 빨리 선택할 수 있도록 quick access 하는 방법이라든지, 숫자 버튼과 함께 사용하는 문자 버튼을 이용하여 (별도의 검색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검색을 할 수 있도록 검색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채널을 많이 사용하는 행태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용 시간과 사용자의 멘탈 모델 형성은 다르다. 사용 시간이 단순히 기능의 무조건적인 우선 순위가 되어야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TV 앱은 가능성이 있는가? TV 앱을 이용한다는 것은 lean back 시청 행태를 lean forward 시청 행태로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모컨 사용 환경에서 lean forward 행태로의 변화는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이상의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리모컨을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최첨단 모션 리모컨을 이용하면 행태가 조금은 바뀔 수 있다고 하자. 문제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리모컨은 케이블TV의 4천원짜리 리모컨이라는 것이다. 스마트TV에서 제공하는 많은 앱 등의 기능은 기존 사용 경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그러나 케이블TV를 시청하다가 TV앱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은 후 다른 리모컨을 집어들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행태의 변화를 기대하기 더욱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면 기존의 사용 행태를 존중하고 새로운 시청 경험의 제공을 포기할 것인가?

막연하게 스마트폰의 성공 요인을 TV로 끌어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TV에 집중해야 하고, TV의 구성 요소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합하여 설계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자원과 서비스를 통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TV 제조사와 TV 서비스 공급자가 함께 고민해야한다. 애플이 TV를 직접 제조한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동시에 공급하게 된다. 세가지 요소가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삼성, LG와 케이블, IPTV가 서로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이 애플을 이길 수 있겠는가?


스마트 기기를 컴패니언 디바이스로 활용하여 TV와 결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N스크린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영상을 시청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더욱 큰 시너지 창출은 TV와 스마트기기를 동시에 사용할 때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나올 수 있다.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TV를 시청하면서 스마트폰을 동시에 사용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고있다. 지금 당신은 어떠한가? TV와 스마트폰이 단순 영상 시청이 아니라 스마트하게 연결되어 정보를 확장하여 제공할 때 TV도 같이 스마트해질 수 있다.


채널, VOD, TV앱을 Seamless하게 통합해야 한다. 현재 하나의 기기에서 제공은 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메뉴로 제공되고 전혀 다른 모드로 진입하여 단절된 느낌을 제공하고 있는 세 가지의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통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VOD의 확산뿐 아니라 TV앱의 사용율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 


제발 서두르지 않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기획하고, 아이폰을 기획하고 제품을 출시하고 자리잡을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제발 6개월, 1년 이내에 본인들의 KPI를 고려하여 급하게 VOD 매출을 올리고 TV앱 개수를 50개 채우는 소모적인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서로 경쟁하지 말고 힘을 모아서 첨단 리모컨을 이용하여 케이블 TV를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작은 숙제 하나 하다가 뭐 이런 비난만 있고 대안 없는 글까지 적었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