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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게임 중독 법안에 대한 단상

by 화분 2013. 11. 12.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에 대하여 논란이 크다.

(신의진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쭈 낳고나서 구입했던 '아이 심리 백과'라는 책의 저자이다. 참 유익하고 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지금 이슈에 대한 좋은 기사가 있다. http://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111011830


처음에는 법안 자체가 주목받지 못하다가 황우여 대표가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으로 '게임'을 이야기하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하여 게임 산업을 망치려는 법안이라고 이야기하고, 게임 업체들이 주도하여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이 법안이 나쁜 법인가?

법안을 자세하게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법안은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중독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처벌하기보다 예방을 하자는 올바른 취지에서 출발하였고, 의학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발전하는 과정과 일치하는 자연스러운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데 상을 주는 방법이 있고 벌을 주는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이끌 수 있을지는 경우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벌을 주는 방법에 대한 부작용이 크다는 점은 잘 알려져있다. 상을 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벌을 주기 보다는 예방을 하자는 취지에는 동감한다. 


그런데도 왜 게임 업체들과 사람들이 비난하는가?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이 한참 잘못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게임 셧다운 제도를 통하여 게임 산업을 규제하고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경험한 상태이고, 여기에 당 대표라는 사람이 게임을 도박, 마약과 같은 레벨로 취급하는 발언을 하면서 불에 기름을 끼엊는 사태가 된 것이다. 

게다가 지난 정부부터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은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려는 노력보다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하고 있다. 신호 정지선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벌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이 그 예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삥을 뜯어야 하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라고 보이지만 규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맥락에서 새누리당이 새로운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이야기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아주 좋은 말이 될 수도 있고, 정말 듣기 싫은 말이 될 수도 있다. 이 법안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좋게 들릴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신의진 의원은 나는 잘했고 받아들이는 너희가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설득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그렇게 실력이 좋은 심리 전문가라면 이런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 국민과 소통하기 보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새누리당의 태도가 엿보이는 듯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법안 자체는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진 법안이다. 문제는 이 법안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이 잘못 되었고, 그 과정에 대한 반성 없이 당신들이 오해하고 있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점이다. 이러한 태도로는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고, 좋은 법안이 빛을 보기도 불가능하다. 소통의 부재이다. 좋은 법안을 고민하는 것만큼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