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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음악 영화

[책읽기]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by 화분 2011. 1. 2.








2008년 미국에 경제 위기가 불어닥치고 파산에 직면한 금융 기관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수천억에 달하는 세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구제금융의 일부는 고위 임원들을 위한 보너스로 사용이 되었고, 이에 대한 수많은 비판에 대하여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인재들을 잡아놓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얼마나 모순되는 이야기인가.

약 30여년간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왔고, 자본주의의 필수라고 주장해온 자유시장경제는 이렇게 많은 모순점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부자들이나 권력자들의 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법칙이 통용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선진국의 중산층과 개발도상국들의 국민들은 이러한 말도 안되는 경제 논리에 강제를 당하고, 복종하면서 살고 있다. 적어도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 인들' 이라는 책이 나오기 전에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지내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게 된 데는 국방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같은 주제의 그렇지만 또다른 이야기이다. 책의 말미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주제를 8가지 꼭지로 요약하고 있다.

- 자본주의 경제를 운용하는 다양한 방법 중 자유 시장 자본주의는 좋은 방법이 아니며 각자의 목표, 가치, 믿음에 따라 더 잘 규제된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
- 인간의 합리성은 한계가 있으므로(규제 능력은 혁신 능력을 따라잡을 수 없으므로) 자유로운 금융 혁신은 또다른 금융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식품에 안전 기준을 맞추어야 하듯 금융 상품도 장기적인 경제 시스템에 대한 영향까지 평가되어야 한다.
- 자기 이익 추구가 인간의 강력한 행동 동기이지만 물직적 이익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기적인 자기 이익의 극대화 보다는 전체 시스템의 장기적인 발전을 목적으로 모든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한다.
- 사람들이 '받아 마땅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공정한 사회와 진정한 의미의 능력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 기회의 보장은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므로 혁신적인 사회 발전에도 필요하다.
- '물건 만들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탈산업화 지식 사회는 신화에 불과하고 제조업은 경제에 필수적이다.
- 금융의 속성상 신속한 자원의 재배분이 이뤄지면서 점점 단기적인 수익만을 쫒게 되었고, 그 결과 금융의 불안정 뿐 아니라 고용 불안과 경제 불안을 야기시켰다. 금융 부문의 속도를 늦춰 장기적인 투자를 활성화 하고 실물 경제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개입하거나 부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행위들이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는 무수히 많은 실패 사례를 만들었다. 더 크고 더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 부자 나라들은 자신들이 시행하지 않는 (못하는) 자유 시장 정책을 민주주의가 취약한 가난한 국가들에게 강요하며, 이 결과 개발도상국들은 경제 성장, 경제 안정성, 평등 측면에서 선진국에 뒤쳐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불공평하게' 우대해야 한다.

이 책의 이야기에서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무상급식 논란과 관한 이야기도 들어있으며,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보수파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찾을 수도 있다. 결국 지금까지 맹목적으로 따라왔던 교과서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부자들을 위한 이론들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내가 어떠한 정책을 왜 지지해야 하는지를 어렴풋이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현실 경제 시스템에 대한 모순을 좀 더 찾을 수 있는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조정하고 있는 방식에서 벗어나 더 올바른 경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