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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음악 영화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by 화분 2017. 5. 8.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하여 겨울 방학때 다녔던 영어 학원 선생님이 내주셨던 숙제가 성문종합영어 책 뒷부분에 나오는 100개의 문장을 외우는 것이었다. 하루에 10개씩 외우도록 하고 다음 날에 암기 테스트를 하는데 이틀째는 처음부터 20개의 문장을, 이런 식으로 마지막 날에는 100개의 문장을 외우는 테스트를 한 것이다. 순진한 마음에 선생님이 하라니까 열심히 외우고 테스트에 통과를 했는데, 그때 외웠던 100개의 문장은 후에 내 영어의 소중한 밑바탕이 되었다. 


최근에 영어를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공부를 할까 고민하다가 눈에 띈 책. 어린시절 100개의 문장을 외웠던 기억에 자연스럽게 주문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잠이 오지 않은 새벽 몇 시간만에 다 읽게 되었다. 그만큼 영어 공부에 대한 책이면서도 내용이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책 자체도 가볍다 -_-). 제목처럼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 책을, 영어 문장을 통째로 암기하라는것이 결국 이 책의 핵심이다. 내 경험상 문장을 외우는 것은 영어에 큰 도움이 된다. 어린 시절 외웠던 100개의 문장 덕분에 대학 입학과 함께 영어 공부를 멀리 했음에도 그나마 지금의 영어 수준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더욱 좋은 점은 작가가 자기의 이야기를 해준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공부의 신'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 실망한 적이 있다. 좋은 유익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그 책은 다른 책이나 논문, 결국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주로 저자의 이야기를 살짝 곁들인 책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많은 책들이 (특히 유행에 맞추어 내놓은 책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짜집기 해 놓은 수준이라서 많이 실망하게 되는데, 이 책은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영어 공부 방법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좋은 책이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더 많이 느끼게 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한다. 정말 열심히들 살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챗바퀴 돌듯 제자리에서 아둥바둥 하면서 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삶에서 필요한 것은 잠시 노력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조금 더 영리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똑같이 일을 하고 같은 성과를 올리더라도 여유없이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살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여유롭고 재미있게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영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 좋게 저자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친필 사인을 얻기 위하여 책을 구입한게 절대 아니다) 처음에는 다른 책들처럼 작가의 사인을 프린트한 것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잉크의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글씨가 엉망인가 싶기도...) 사인도 사인이지만 그 위의 문구가 계속 여운에 남는다.

"즐기시나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러면서도 그 일을 위하여 좀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영리함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