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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an 2009 - 빈얀(Vinyan), 포르노갱의 삶과 죽음(zivot i smrt porno bande)

by 화분 2009. 7. 20.
일요일에 pifan 나들이.

이 영화제의 특징은 혼자 마음 편하게 보고 싶은거 (물론 시간되는것 중에 표 있는것이지만) 볼 수 있다는 것.
거기에 동네에서 하는 영화제라서 슬리퍼 끌고 대충 가도 신경쓸 일 없으니 더 좋다.

오늘은 두 편의 영화 감상~


빈얀 (Vinyan, 2008).



쓰나미에 실종된 아이가 살아있을것이라는 너무도 막연한 생각에 구하러 길을 떠난 부부의 이야기.
태국 푸켓을 떠나 공식적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버마의 국경지대에 있는 정글로 들어서는 과정과 정글 안에서 겪게되는 일들로 인한 부부의 정신 상태의 변화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이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환상만을 쫒아 가는 아내와 현실주의적인 남편의 사고가 극명하게 대립되는 모습이 흥미롭고, 아이를 찾으면서 점점 미쳐가는 아내 역할을 한 프랑스 여배우 엠마뉴엘 베아르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 속 장면에서 등불들을 하늘로 띄워보내는 아름다운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이 영화 제목인 빈얀의 의미를 잘 전달해 준다. 누군가가 좋지 않은 일로 죽음을 당했을 때 그들의 영혼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게 되어 빈얀 - 떠다니는 영혼 또는 화난 귀신 정도라고 할까? - 이 되는데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등불을 하늘로 띄워보내 그들에게 길을 가르쳐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이 영화는 아이를 찾는 목적이나 결말을 위해서 달려가는 영화가 아니라 점점 변화하는 정신과 영혼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영화가 마치고 감독이 직접 나와서 관객과의 대화를 하면서 들려주는 뒷 이야기도 영화제의 흥미로운 볼거리인데, 모든 감독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동기나 배경 등에 대한 질문에는 길게 답을 하면서도 영화 속에 담겨진 요소들이나 장면들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자세하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마도 직접 이야기를 해주기 보다는 관객들이 그 의미를 찾아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포르노갱의 삶과 죽음 (zivot i smrt porno bande)



세르비아에서 기존과는 다른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보려는 드조르빅은 그런 새로운 관점의 영화가 지원을 못 받자 포르노 촬영을 하는 감독과 촬영을 하다가 작품에 대한 방향에 이견을 보이고 몇몇 동료들과 "사회 정치적 포르노 호러"라는 새로운 한계에 도전을 하기 위하여 포르노 밴드를 만들어 무대에 올리지만 첫번째 공연에서 경찰에게 쫒겨나면서 고심끝에 작은 버스를 타고 전국의 동네를 돌면서 공연을 하는데 이마저 환영을 받지 못하고 경제 문제에 부딪히면서 결국 스너프 필름을 제작하게 되는데 멤버들 한명 한명이 죽게되면서 결국 주인공 자신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결말이다.  

마약과 집단 섹스에 성기노출과 살인 장면 등 일반 개봉 영화에서 금기시되는 모든 장면들이 다 나온다. 이러한 과격함을 통해서 감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역시 세르비아의 정치에 대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다양한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젊은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정부 사이의 갈등과 결국 죽음으로 끝나버리는 변화와 개혁을 이야기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실제 영화에서도 포르노 촬영 중 폭격이 벌어졌는데도 더욱 자극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며 계속 연기를 하라고 하는 장면이나, 밀로셰비치가 죽었는데 나는 술에 취해서 그런 역사적인 사건을 보지도 못했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부조리한 정치와 현실을 외면하려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영화 제목이 포르노 갱의 삶과 죽음이다. 이는 영어 제목인 Life and Death of Porno Gang을 번역한 것 같은데, Gang이라는 이름 보다는 원제인 zivot i smrt porno bande를 번역한 "포르노 밴드의 삶과 죽음"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것이 더 전달이 잘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반적인 상영관을 찾았거나 아니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을 미리 찾아보고 유명하다는 영화들을 골랐다면 이런 영화를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pifan에 마음 편하게 찾아가서 그 시간에 자리가 있는 영화들 중에 괜찮아 보이는 것을 골랐을 때만 만날 수 있는 영화가 이런 영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