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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스마트 시대, 리모컨의 스마트한 변신 - 리모컨 전쟁'

by 화분 2010. 11. 8.

(이 글은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Digital Medians에 기고한 글입니다)

1950
년 미국의 제니스(Zenith)사가 최초의 유선 TV 리모컨 “Laze Bone”을 출시하고, 1983년에는 국내 최초의 TV 리모컨이 선보인 이후, TV 시청자에게 리모컨은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도구가 되어 왔다.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리모컨이 등장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바꾸어 놓은 엄청난 기술 혁신을 감안한다면 리모컨의 발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다른 기기와는 달리 수동적인 Lean-back(소파에 등을 기댄) 자세로 사용을 하는 TV 사용 행태에 대한 특징과, 지금까지 TV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 보다는 더 얇고 선명한, 그리고 입체적인 화면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된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방식의 리모컨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최근 IPTV의 발전 및 스마트 TV의 등장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TV로 들어오게 되었고, 이에 맞추어 리모컨의 스마트한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버튼 형태에서 벗어나 고객들이 새로운 TV 서비스를 쉽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리모컨은 마우스 포인팅 조작 방식, 키보드 문자 입력 방식,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한 조작 방식의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을 하고 있다.

 

마우스 포인팅 조작 방식

리모컨 진화의 시작은 TV가 아닌 게임기에서 시작되었다. 닌텐도 Wii 게임기에서 동작 인식이 가능한 리모컨을 제공하면서 4방향 버튼으로 커서를 이동하는 방식이 아닌 PC의 마우스 조작 방식과 동일하게 포인터를 자유롭게 움직여 메뉴를 선택하는 새로운 TV 조작 방법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동작 인식 방식을 TV에 처음 도입한 제품이 자이로스코프 기술을 적용한 LG전자의 매직 모션 리모컨이며, 이후 동작인식 방식 이외에 트랙볼, 옵티컬마우스, 터치패드, 마그네틱, 조이스틱 등의 기술이 리모컨에 적용되어 다양한 형태의 포인팅 리모컨이 선보이게 되었다.

포인팅 조작 방법의 가장 큰 특징은 마우스 형태로 화면의 아무 곳이나 선택이 가능하므로 자유로운 화면의 구성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인터넷 브라우징을 TV에서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조작 방식이다. 또한, 리모컨의 버튼을 확인하면서 TV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할 대상인 TV 화면을 보면서 조작을 하는 사용 행태를 제공하므로 사용 편의성이 높아지는 점도 특징이다.

 

키보드 문자 입력 방식

방송을 시청하는 기능만을 제공하던 TV가 검색이나 메시지 입력, 인터넷 브라우징 등의 기능을 제공하면서 편리한 문자 입력에 대한 요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등장한 것이 키보드 리모컨이다. 문자 입력을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하여 리모컨에 PC의 키보드와 같이 QWERTY 키패드를 넣은 형태의 리모컨으로, 최근에는 구글TV에서 키보드 리모컨을 기본으로 탑재하면서 더 많은 리모컨 키보드의 보급이 예상된다. (구글TV는 소니 HDTV, 소니 Blue-Ray 플레이어, Logitech Revue 셋탑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키보드 리모컨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리모컨에 QWERTY 자판을 제공할 경우 TV에서도 문자 입력이 편리해지므로 인터넷 브라우징 뿐 아니라 다양한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TV에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리모컨의 버튼이 늘어나므로 리모컨이 복잡해 지고 크기가 커진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슬라이드 방식으로 문자 버튼을 감추거나 리모컨의 뒷면에 버튼을 제공하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보완하는 제품들이 등장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한 새로운 조작 경험의 제공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고 태블릿PC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면서 이들을 활용하여 TV를 조작하는 방법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별도의 리모컨 없이 스마트폰의 리모컨 앱을 사용하여 TV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이미 삼성 인터넷 TV와 해외의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리모컨 스마트폰 앱을 제공하여 TV를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사용할 경우 단순히 리모컨의 버튼을 제공하는 기능 이외에 스마트폰과 동일한 문자 입력 장치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편리하게 문자를 입력할 수도 있고, 스마트폰의 터치패드를 활용하여 포인팅 조작을 할 수도 있으므로 문자 입력 및 포인팅 조작을 위하여 별도의 리모컨을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장점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스마트폰을 주목해야 하는 더 큰 이유는 TV를 조작하는 새로운 경험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EPG 정보를 통하여 채널을 선택하거나 메뉴 화면을 통하여 영화를 골라야 하는데, 리모컨 조작도 불편하지만 EPG나 메뉴가 TV 화면을 가리므로 사용자의 시청을 방해한다는 것도 불편한 점이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활용하여 TV 화면을 가리지 않고 채널이나 영화를 쉽게 고른 후에 TV에서 바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외출을 한 상태에서 집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지도 확인을 할 수 있고, 퇴근길에 집에서 볼 영화를 미리 골라놓고 집에 도착해서 바로 영화를 시청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서로 다른 경우에 스마트폰 화면에서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가 다른 방송이 끝나면 내가 시청하던 프로그램을 바로 TV로 옮겨서 계속 시청을 할 수도 있다.

적극적인 사용 행태를 갖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와 같은 휴대 기기가 수동적인 사용 행태를 제공하는 TV와 결합하여 편리하고 자유로운 TV의 조작이 가능해질 경우, 우리 생활에서 TV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게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IPTV의 리모컨 발전 방향

이러한 리모컨 변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하여 KT를 포함한 국내 IPTV 3사에서는 기본형 리모컨 이외에 포인팅이 가능한 리모컨과 스마트폰 리모컨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리모컨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KT에서는 기본형 리모컨을 나이가 많거나 어린 사용자들이 더욱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TV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동작 기반의 마우스형 리모컨을 개발하여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의 옷을 선택하여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쇼핑 서비스를 시연한 바 있다. 또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TV가이드TV채널채팅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쿡TV VOD 콘텐츠와 채널 목록을 탐색하고 바로 시청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향후 포인팅 방식의 리모컨이 확산될 경우 특화형 게임이나 교육 서비스 등 IPTV를 더욱 차별화 할 수 있는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하여 TV 조작을 더욱 다양하고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변화를 꺼렸던 리모컨이 스마트TV의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포인팅 방식 및 스마트폰을 활용한 TV 조작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았던 것처럼 제스쳐 만으로 TV를 조작하거나 터치 스크린 형태의 TV를 자유롭게 조작하는 시대를 수년 내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초의 리모컨 “Laze Bone”의 이름처럼 단지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는 기기에서 벗어나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TV 리모컨의 스마트한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