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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음악 영화

[책읽기] 리영희 평전 (★★★★★)

by 화분 2011. 1. 3.


'사상의 은사' 리영희 선생의 평전.
대학때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감명깊게 읽은 적은 있었지만, 부족한 지식욕과 호기심 덕분에 선생의 생각을 더 파헤쳐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 선생이 타계 하시면서 새삼 그 사상을 엿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리영희 평전을 꺼내들었고, 하루 종일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였다.
수많은 고초에도 불구하고 부정에 저항하시고, 돌아가실 때 까지 일관된 사상과 자세로 살아오신 점, 끊임없이 자료를 찾고 분석하여 본인만의 논리를 만드는 노력과 능력, 일부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고 꿰뚫는 안목 등 어느것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삶을 그만큼 독하게 살아오셨다.

"네 머릿 속에 들어 있는 상식을 버려라. 네가 진실로 믿고 있는 많은 것들은 허위의식, 그러한 미신들을 네 머릿속에 주입한 이 우상들의 세계의 본질을 꿰뚫는 새로운 눈으로써 이 세계를 다시 바라보라." 실제 이 책 속에는 내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수많은 것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이야기해 주고 있으며(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도 모든 정보를 단편적으로 주입하기 보다는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인은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은들은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산다고 말씀하신다. 선생의 업적이 공식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과학이 아님에도 끊없는 성찰을 통하여 어느 주장에도 굽히지 않는 빈틈없는 논리를 지니셨다는 점은 결국 무엇을 하든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역사 교과서가) 단순히 역사로서의 과거에 관한 기술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 나라와 사회의내부에서 문제되는 까닭은 과거보다 '현재' 즉 앞으로의 일본이라는 나라의 진로에 심각한 불안과 의구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일제의 과거사를 청산하려고 노력한 것과, 이명박 정부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덮으려는 것 중에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선생의 견해도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결국 비약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서 자기점검을 할 필요가 있고, 허약한 체질로 날 생각만 하면 비극이 따르기 쉽다는 말씀이다. 

사회주의는 패배하였고, 민주주의는 승리하였는가에 대하여 선생은 현실 사회주의와 사회주의 이념체계를 구분하였고, 오늘날의 사회주의는 전통저인 산업민주주의 및 사회복지 문제와 더불어 생태, 환경문제나 민족성과 공생하는 문제, 그리고 페미니즘 문제 등과 맞닥뜨리고 있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는 세계경제시대에 자본주의경제를 더욱 더 억제하고 개혁을 더 진전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신다. 최선은 아니겠지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한 "사회자본주의"가 적절하다는 말씀이며, 이는 장하준 교수의 견해와 일치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잡힌 자세도 필요하다. 진실은 균형 잡힌 감각과 시각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 균형은 새의 두 날개처럼 좌와 우의 날개가 같은 기능을 다할 때의 상태다. 그것은 자연의법칙에 맞고, 인간 사유의 가장 건전한 상태다. 진보와 보수 뿐 아니라 모든 상반되는 주장에 대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여 균형있는 사고를 해야 한다는 말씀일 것이다.

인생을 뜻 있고 선이 굵게 사는 사람은 자잘한 것에는 잔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매사에 정확하고 성실하고 섬세한 사람이 선이 굵고 멀리 볼 수 있는 법입니다. 작은 일부터 소홀히 하지 마시고 먼 곳을 생각하기 바랍니다. 큰 것을 얻으려면 순간 순간 작은 것을 잘 해야 한다. 

그는 지식을 전달한 사람이라기보다는 각성을 전달한 사람이었다. 각성이란 누군가를 배울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나는 리영희를 통해 보건데, 스승이란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배우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뜨렸고, 사람들의 잠을 깨웠다. 한마디로 그는 일깨우는 사람이었다.(고병권)

한 해의 새로운 시작에 서 있는 지금에 적절한 책을 읽게 되어 너무 기쁘다. 마지막에 소개한 말처럼 선생의 책은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나의 생활을 반성하고 올바른 삶을 살라고 일깨워주시는 느낌이다. 회사 생활 또는 평소의 생활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작은 것 하나하나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생의 생활 신조같이 "Simple Life, High Thinking"하는 한 해를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