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담

때리고 또 때리고

by 화분 2015. 1. 10.

고등학교때의 일이다. 

축구를 하다가 한 녀석이 급소에 공을 맞아 쓰러져 죽을상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 몰려들어 걱정하며 바라만 보던 애들을 지나 한 애가 쓰러진 녀석한테 가더니 거기를 잡고 무방비 상태로 고통스러워 하는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고 팔 다리를 마구 꼬집는다. 다른 친구들이 기겁을 하면서 뭐하는 짓이냐 했더니 그렇게 다른 고통을 줘야 급소의 큰 고통이 사라진다고... 순간 모든 애들이 그 궤변한테 달려들었을 것은 뻔한 일이다. 물론 궤변 친구도 우리들도 농담으로 한 짓이었다. 


요즘엔 뉴스를 보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듯 하여 잘 보지는 않게 되는데, 가끔 뉴스를 보면 '세상에 이런 일이'  또는 '뉴스 토픽'을 보는 듯 정말 당황스러운 뉴스들이 너무 많다. 그런 황당 뉴스의 많은 주인공들은 정부나 여당에서 나온다. 누군가 자폭 테러를 감행하는 것처럼. 이런 황당한 사건들이 계속 되면서 아주 중대한 사건이 잊혀지고, 사람들이 황당함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누가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으면 세월호를 기억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국가 전복 사태에 버금가는 국정원의 불법 선거 개입 사건 역시 무슨 일이냐는 듯 조용히 지나가버린다. 그러한 큰 일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황당 사건에 휩쓸려 잊혀지고, 분노의 대상이 많아지면서 한 곳에 쏟을 수 있는 분노나 저항의 강도가 무척이나 줄어들게 된다. 누가 바라는 일인지는 뻔한 일이고...


급소에 공을 맞고 쓰러진 친구를 때리고 또 때려서 급소의 통증을 잊게 해준 궤변 친구는 꽤나 뛰어난 통찰력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겠다ㅎ 

그리고 우리한테는 정말 중요한 일들을 꾸준히 되새겨주는 리마인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