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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음악 영화

프로스트/닉슨

by 화분 2009. 3. 18.



단 하나의 스포츠 게임이나 한 번의 거대한 전투도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단 한 번의 인터뷰를 가지고 두 시간동안 눈을 떼지 못하는 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영화에서 론 하워드와 두 명의 배우들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영국과 호주에서 활동하던 쇼 호스트인 프로스트는 닉슨의 하야 소식들 듣고 닉슨과의 인터뷰가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 직감한다. 물론 그때의 느낌은 진지하게 사실을 밝히려는 언론인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쇼라는 측면의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면에 다시 한번 정계로 복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닉슨은 이 인터뷰가 자신에게 부도 가져다줄 뿐 아니라 자신을 좋은 대통령의 이미지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한다.

큰 금액을 인터뷰 비용으로 제시했던 프로스트는 자금 확보를 위하여 많은 방송사와 광고주들을 찾아나서지만, 이 인터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냉담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진행된 첫번째 인터뷰에서 프로스트는 노련한 닉슨에게 완패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스코어는 11 대 0.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의 인터뷰 기회가 남아있고 그 주제는 워터게이트이다.

계속 되는 연패에도 불구하고 프로스트는 치밀한 준비 보다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자신과 친구들을 위로한다. 그러나 세번째 인터뷰가 끝난 후 닉슨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그는 마지막을 위한 치밀한 준비를 진행하고 결국 거대한 닉슨을 무너뜨린다. 지금까지 그 어떤 수사관이나 재판관들, 언론인들이 듣지 못했던 닉슨의 고백을 이 영국의 쇼 호스트가 이뤄낸 것이다.

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프로스트의 자세와 상대방의 질문에 거침없이 응수하는 닉슨의 언변은 최근에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들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다. 그동안 수많은 공격에도 거침없이 버텨내던 닉슨이 마지막 인터뷰에서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는 과정이 너무 쉽게 보였는데 실제 인터뷰에서도 그랬을지, 당시 심경의 변화가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이 영화는 어려움을 견뎌내고 마지막 순간에 역전승을 거둬내는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와 같은 구성을 지닌다. 그렇지만 영화는 거추장스러운 주변의 장식들을 모두 걷어내고 인터뷰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데, 마치 무대에 특별한 장식 없이 두 사람이 두 개의 의자에 앉아 진행하는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단순하지 않고 점점 빠져들게 그려내는 뛰어난 연출과 훌륭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