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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로 다크 써티 (Zero Dark Thirty)

by 화분 2013. 4. 10.


빈라덴 사살 작전인 제로니모 작전을 영화화한 작품. 911 이후 미국은 빈라덴을 잡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붇지만 성과가 없었는데 마야라는 한 CIA 요원의 끈질긴 노력으로 빈라덴의 은신처(라고 의심되는) 자택이 발견되고, 많은 설득 끝에 빈라덴 사살 작전이 펼쳐진다. Zero Dark Thirty는 자정에서 30분이 지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시간을 의미하는 군사 작전 용어로, 실제 빈라덴을 사살하기 위하여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이라고 한다.


이 영화도 미국 만세 영화의 하나이지만 시끄럽지 않고 절제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 911의 참혹함에 호들갑스러운 분위기는 어울리지 않고, 캐서린 비글로우의 스타일에 어울리기도 하다. 그래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고 (실제 미국 정부에서 제공한 기밀 자료를 토대로 영화가 제작되었고 전 CIA 국장은 영화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이야기하였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미국 만세 영화이기는 하지만 감독은 미국을 마냥 찬양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는다. 빈 라덴도 작전을 수행하는 군인들도 아닌, 그를 사살하기 위하여 십년동안 하나의 희망과 집념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CIA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액션이지만 드라마같은, 더욱 사실적이고 부드러운 전쟁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거부감없이 매력적인 미국 만세 영화인 것이다. 


영화에 나오는 고문 장면이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데 '남영동 1985'와 이미 잘 알려진 수많은 고문 사건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별 느낌이 없다. 고문을 당한 이들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911이 누구에 의하여 어떻게 벌어진 일인지도 모르겠고, 미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전혀 관계없는 이라크를 공격했는지도 (대규모 화학무기가 있다고 핑계댔지만 거짓임이 드러난) 모르겠다. 그냥 고문은 나쁘다. 그리고 전쟁은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