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음악 영화

택시 드라이버 (Taxi Driver, 1976)

by 화분 2012. 6. 7.

예전에 올레tv가이드에 찜해놓았다가 오늘 시간이 되어 감상.

 

해병대 출신의 주인공 트레비스는 제대 후 잠이 오지 않아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택시 드라이버로 취직을 하여 험하고 지저분한 동네나 다른 인종들을 마다하지 않고 운전을 하는데, 세상에는 쓰레기가 많고 비가 더러운 것을 쓸어버리듯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밤중에 택시 일을 하면서도 외로움과 우울증이 해결되지 않는데, 팔렌타인 민주당 후보의 캠프에서 일하는 베씨에게 반하여 데이트를 신청하고 영화를 보러 가는데 그가 데려간 성인 영화관에 크게 실망한 베씨는 트레비스를 피하고 트레비스는 세상에 대하여 더 큰 반감을 갖게 된다. 운동을 하면서 몸을 만들고 총기를 구입한 후 총을 잘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훈련한다. 한편 트레비스는 사창가에서 도망치려 택시에 타려고 했던 12살 아이리스를 발견하고 그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그녀를 만나고 사회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를 위한 돈을 마련한다. 사회에 대한 복수의 순간 트레비스는 팔렌타인 의원을 암살하려 유세장을 찾아가지만 비밀 경호원들의 눈치를 받자 그곳을 빠져나와 아이리스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서 그곳의 포주와 일당들을 죽이고 부상을 당하고, 아이리스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악당들을 물리친 택시기사로 영웅이 된 그는 회복 후 다시 택시 기사로 돌아와 변함 없는 생활을 하고, 영웅이된 트레비스를 손님으로 찾아온 베씨를 집까지 무료로 태워다주고 백미러로 그녀를 주시하면서 떠난다.  

 

영화는 베트남전 직후 미국의 불안정한 사회와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극대화 하기 위하여 베트남전 참전 해병대 출신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였고, 뉴욕이라는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얌전한 청년이 우울증과 외로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포르노 영화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며, 사회 상류층의 아름다운 여성을 동경하면서도 결국 사창가를 전전하는 여자에게 연민을 느끼게되고, 도시의 쓰레기들을 쓸어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심리 상태의 변화로 인하여 복수를 하는 주인공이 전쟁과 물질주의 사회가 낳은 괴물인데, 사회에 대한 복수가 결국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어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사회와 언론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나는 영화를 보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진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리고 영화의 배경은 36년 전이니까 현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 때문에 현실감과 차이는 있지만, 주인공은 왠지 주변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같은 친근함이 느껴진다. 혹시 그게 나 일지도 모르고. 외롭고 상처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복수의 잔인함이 영화이기 때문에 과장되었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도 않는 것이 사람 죽이고 자살하는 기사들이 워낙 많은 요즘 세상과 별 차이 없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마지막에 베씨가 트레비스를 다시 찾아온 것은 의외였다. 영웅이 되었기 때문에 찾아왔겠지만, 그것이 안부의 정도인지 다시 만나고 싶은 관심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녀를 집에 태워다주고 돈을 받지 않고 백미러로 그녀를 주시하면서 떠나는 주인공의 생각도 궁금하다. 해피엔딩을 그리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고 일상의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감독 이름과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만 알고 봤는데 처음에는 주인공이 로버트 드니로인줄도 모르고 진짜 많이 닮았다는 생각만 했다. 눈썰미인지 무지인지... 12살 창녀 역할을 한 배우가 조디 포스터라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배우가 이 배역을 맡게되고 역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좋은 배우와 좋은 연기는 그만한 노력과 이유가 있나보다. 젊은, 어린 시절의 로버트 드니로와 조디 포스터를 보게된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다.   

 

영화의 분위기나 내용과는 달리 감상 후 기분이 우울해지지는 않는 영화이다. 30여년 후에도 현실감이 돋보이는 영화라서 그런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