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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음악 영화

크래쉬 (Crash, 2004)

by 화분 2012. 6. 8.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 사는 미국 LA를 배경으로 인종간의 갈등과 이것이 약간 해소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 두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어가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이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통하여 하나의 주제를 만들어가는 영화. (사실 등장 인물이 누구누구였는지도 잘 기억 안 난다)


단순히 백인이 유색 인종을 배척하는 것을 반성하자는 영화가 아니라 미국의 현실 세계를 꾸밈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이 세상은 좋은 백인과 나쁜 백인, 좋은 흑인과 나쁜 흑인들이 섞여 살고 있는 사회이고, 어느 누구도 착하기만하고 나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자아의 세계에서 흑백 논리로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쁘다는 생각을 거부하자는 것이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지.


다문화사회의 문제점을 개인으로 돌리기 보다는 개개인이 어떻게 각자의 아픔과 편견을 갖게 되었는지, 그것이 그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그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아픔과 편견들이 어떻게 해소되는지, 좋은 방향의 해결과 안좋은 방향의 해결을 골고루 섞어 이 모든 것을 꾸밈없이 직구를 던지듯이 툭툭 던져놓는다. 오랜 미국 역사동안 안고 있던 흑백과 유색 인종간의 갈등, 그리고 911을 계기로 벌어진 아랍계와의 충돌.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기술이 정말 간결하다. 


그동안 미국이 대표적으로 안고 있던 문제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외국인들의 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고민할 때이다. 완득이나 방가방가와 같은 영화로 꼬집고는 있지만 아직 사회가 느끼고있는 온도는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언젠가는 외국인 엄마찾기나 불법 체류자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 사회에 대한 이방인들 (아니 그들도 하나의 주인일 수 있다)의 잔인함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등장하지 않을까 한다. 


캐나다 출신의 감독 폴 해기스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각색하면서 주목을 받자마자 이듬해 크래쉬로 연이어 아카데미를 수상할만큼 재능있는 스토리텔러이다. 사회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쓰리데이즈나 007 시리즈의 등의 감독과 각본을 담당할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