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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초등 교육에 대한 선배와의 대화

by 화분 2012. 12. 14.

완전 오랜만에 랩 선배를 만나 좋은 시간을 가졌다. 

초등 3학년과 5학년 두 자녀의 부모가 된 선배는 아이들을 미국의 공립 학교에서 2년동안 교육시키고 올 여름에 다시 한국에 데려왔다. 그 과정에서 경험한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충격적이었다.


ㅇ 음악 시간

미국에서 음악 시간에 악기 연주를 하게되면 학생들이 좋아하는 악기를 아무거나 가져오라고 한다. 학생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악기들을 가지고 학교에 온다. 자신이 가지고 온 악기로 수업 시간에 배우는 곡을 연주하는데 정말 마음 내키는대로 연주를 한다. 마지막 시간에는 연주회를 하는데 저게 무슨 연주회인가 할 정도로 아이들끼리 맞지도 않고 실수도 연발하면서 연주를 한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부끄러워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아이들과 부모 모두가 웃고 즐기는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는 음악 시간에 연주할 악기를 정해서 알려주면 전 학년의 학생들이 문구점에서 모두 똑같은 악기를 구입한다. 음악 시간에 악기 연주법을 설명하고 다음 시간까지 연습을 해 오라고 한다. 연습이 부족해서 틀리거나 하면 남아서 연습을 해야한다. 마지막 시간에는 시험을 보면서 얼마나 덜 틀리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부모들은 아이가 틀린 부분을 알려주면서 제대로 할때까지 부지런히 연습을 시킨다.


ㅇ 학예회

미국 학교에서 뮤지컬을 한다고 해서 어떤 모습일까 봤는데 뮤지컬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듣지 않았다면 절대로 뮤지컬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아이들이 제멋대로 노는 수준의 무대이다. 음악도 음악 같지도 않고 연기도 연기같지도 않다. 그런데 그 무대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음악이고, 무대 위에서의 연기도 아이들이 직접 연출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모든것이 아이들이 만들어낸 무대인 것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부모들은 아낌없이 박수쳐주고 응원해준다.

한국에 돌아와서 합주반에 가입하여 활동을 하고 발표회를 한다고 한다. 발표회 시간을 위해서 아이들이 모두 옷을 맞추고 연주 연습을 열심히 한다. (선배 아들은 플룻을 담당했는데) 연주회때까지 충분히 실력이 늘지 않아서인지 가끔 실수를 하니까 선생님이 연주회때는 플룻을 불지 말고 손으로 누르는것만 흉내내라고 하신다. 실제 연주회 시간에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나와서 그동안 연습한 곡들을 어른 뺨치게 연주한다. 물론 실수 하는 아이들은 흉내만 낸다. 


ㅇ 수학시간

미국에서는 문제를 틀린 경우에도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시고 다음에 더 잘하려면 이렇게 풀라고 가르쳐주신다.

한국에서 선생님 2x3x5를 가르치시는데 2x5=10을 먼저 한 후에 3을 곱하여 30이 되는 방법으로 알려주셨다. 그렇지만 시험 시간에는 문제의 순서대로 2x3=6, 6x5=30으로 문제를 풀었더니 틀렸다고 하셨다. 왜 틀렸냐고 여쭤보니 가르쳐준대로 풀지 않아서 틀렸다고 하신다. 수업이 끝나고 남아서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으로 문제를 풀고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든다. 

 

1. 개인의 의견이 아닌 맞고 틀림을 강요한다

사회에서는 혁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무한한 창의력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부터 (아마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부터) 10여년동안 맞고 틀림을 배워온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상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자유로운 생각을 요구하더라도 이것이 맞는걸까? 틀린건 아닐까?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어있는데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까?


2. 초등학생을 초등학생의 수준으로 보지 않는다

아이는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성장을 해야 한다. 초등학생은 이제 처음 무엇인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주 어린 아이들이다. 실수가 많은 것이 자연스러운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사회의 생활에 대한 것과 같이 기본적인 것은 엄격하게 배우더라도 어른 수준의 사고와 실력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초등학생들은 잘 먹고 잘 노는게 가장 필요한 아이들이다.


3. 큰일났다

나는 이제 딸이 17개월째인데 벌써부터 교육이 걱정된다. 한국의 교육열을 강조하는 오바마보다 한국의 아이들은 쓸데없는 것들만 배운다는 워렌 버핏의 이야기가 훨씬 마음에 와 닿는다. 차라리 내가 학교 다닐때는 중 3때부터 공부를 시작해도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기에 충분했는데 이제는 영어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입학할 때 영어 성적 기준으로 학급을 나누고 학부모 모임을 구성한다고도 한다. 학부모가 되는 이전 회사 동료들은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려고 안달이다. 이 동료들은 교육의 수준이나 인맥 등의 장점을 떠나서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공립 초등학교는 점심때 학교를 마치니 맞벌이를 하려면 오후에 학원을 두어개 다녀야하는데 이 비용을 감안하면 사립 초등학교를 다니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한다.  


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