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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

by 화분 2014. 5. 12.


지난 겨울 한 영화의 포스터가, 정확히는 그 포스터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순수한 웃음이 기억력 나쁜 내 머릿 속에 맴돌게 되었고,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브 액츄얼리의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것 보다 그 여자 주인공의 웃음이 정말 매력적이고 따뜻했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보내다가 영화는 극장에서 내려간지 오래 되었고 올레TV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나서도 한참의 시간을 보낸 후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약간은 시들해진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는 순간 첫 5분 이내에 영화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 영화는 올해 관람한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었다.


주인공 팀은 21살의 새해를 맞이하던 날 아버지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능력을 이용하여 첫 사랑에게 사랑을 고백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사랑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팀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런던으로 떠나고 운명의 사랑을 만나게 되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메리를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게 된다. 메리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은 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 동생 킷캣을 살리기 위하여 시간을 다시 되돌려보지만 자신의 딸이 바뀌게 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다시 시간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암에 걸리고,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으로 아버지와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도 하는 팀은 결국 시간을 돌리지 않아도 지금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동안...우리가 할수 있는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것이다.' 시간을 돌리는 이야기를 주제로 만든 영화들은 판타지 영화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바웃 타임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한 마법의 주문을 외는 장면이 특별하지도 않고, 시간을 돌아가는 효과가 독특하지도 않다. 그만큼 이영화에서 시간을 돌리는 것이 주된 소재가 아니라 시간을 돌릴 필요 없이 지금 순간이 행복하고, 가족과 연인들과의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그리고 이 메시지를 감독의 탁월한 기획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대답하기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울 수도 있는 철학적인 질문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시간을 돌리고 싶은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아마도 아버지랑 더 많은 추억을 남길 것이고,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더 잘 지낼 것 같고,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과 더 잘 되었을 수도 있다(쭈를 생각하면 연애에 대한 시간을 돌리게 될지는 의문이다. 주인공의 갈등처럼).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필요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만큼 모든 사람들은 아쉬운 기억을 안고 산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돌아보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금의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포스터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여자 주인공의 모습 뿐이었다. 영화를 본 후 주인공은 남자인데 왜 여 주인공 얼굴만 있지? 라고 궁금해 하면서 다시 포스터를 찾아보니 그제서야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보인다. 그만큼 여자 주인공 레이텔 맥아담스의 표정과 연기는 정말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상큼하다. 물론 남자 주인공의 로맨틱한 연기와 아버지, 여동생 역할 등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순간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


영화를 본 후 밖으로 나가니 평소와 같은 풍경과 사람들이 더욱 따뜻하고 평화롭게 보이고, 나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 이러한 새로운 기분이야말로 영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